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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

혹시 방황하고 있을 클래식 작곡과 학생들에게...(4)

저번 3편 내용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고 경험을 살려서 오늘은 위클리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다.

 

위클리?

 

본인 학과에선 연주수업이라고 불리우며 학교마다 저마다 수업이름들이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위클리'라고 칭한다. 위클리라는 수업은 모든 작곡과 학생들이 연주홀에 모여서 듣는 수업인데, 유일하게 모든 학년 학생들이 모여서 듣는 수업이다. 매주 한번 듣는 수업이다. 수업의 과정은 이렇다.

 

 

위클리 수업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위클리가 시작되는 학기 전 방학때 한곡을 써야 한다. 우리 학과에선 마지노선이 3분이다. 즉, 3분이상을 써야한다. 편성은 자유이다. 학기가 시작되면 첫주 위클리수업은 오리엔테이션이지만 모두 참석해야한다.

 

왜냐하면 순서를 뽑기때문이다. 학기내내 연주하게 될 순서를 첫 시간에 모든 학생들이 뽑는데, 러시안룰렛 저리가라의 긴장감이 홀 전체를 감싼다. 모두 연주가 진짜 시작되는 첫주에 하기 꺼려하며 학기가 중간을 넘어가는 주나 마지막 주에 당첨되길 희망한다. 1-4학년 모두에게 공정한 제비뽑기 방식을 고수하고, 각 학년이 제비를 다 뽑을때마다 탄성이 오고간다.

 

학기 중간이나 마지막주에 뽑히길 원하는 이유는 위클리에서, 연주 홀에서 실제연주를 해야하며( 물론 미디음악을 트는 것도 괜찮지만 신스나, 오케스트라같은 대규모 편성일 때만 가능하다.) 연주자를 섭외해야한다는 것이다. 학생들 개개인의 내성적, 외향적 성격은 개나주고 본인의 역량에 따라서 연주자들을 본인의 곡 편성에 맞게 구해야한다. 보통 각 학년 과대에게 부탁해서 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학교 피아노과나 관현악과 성악과 학생들을 섭외하는 것도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첫주에 뽑힌 학생들은 그래서 불리하다. 연주자 섭외가 바로 되질 않기 때문이다. 각 악기과들의 커리큘럼, 연주자들의 스케줄에 따라서 매주 위클리가 있는 요일에 만약 악기과들의 대규모 행사 연습 스케줄 같은 것이 잡힌다면 정말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다. 모든 음악과들이 위클리 수업이 있기때문에 섭외가 되도 연습 스케줄 잡기는 또 다른 산을 넘는 기분일 것이다. 그래서, 4인 편성이나 2인 이상의 편성이 학생들이 첫주에 잡히면 솔로 곡을 쓴 학생들과 협의해서 날짜를 서로 교환하는 경우도 비일비제하다. 다행이 그건 허용해준다. 

 

위클리 수업방식은 담당 교수님 재량인데, 내 경험을 이야기해주자면, 어떤 교수님은 그날 있을 연주하는 학생들과 (보통 6명정도) 같은 숫자로 분석조를 따로 뽑아서 6명 연주를 다 듣고 난 후 홀 위로 의자를 세팅해서 가운데 교수님 중심으로 왼편에는 그날 연주순서대로 학생들 앉히고, 오른편에는 분석조를 앉힌다. 분석조는 3인 1조로 구성한다. 

 

굉장히 긴장된다. 1학년때 들어가자 마자 3학년의 피아노 솔로 곡을 분석해야 할 상황이 있었는데, 훌톤 스케일로 작곡된 곡이였지만, 갖 입시 끝낸 햇병아리가 훌톤을 알았겠는가. 그때 당시에는 무임승차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 외 다른 교수님들의 스타일은 이렇게 타이트한 방식은 아니다. 보통, 학생 한명당 연주 하나가 끝나면 다음 학생으로 넘어가기 전에, 5-10분정도 곡의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게된다. 그러면 해당 학생과 위클리 담당 교수님이 마이크를 들고 홀 아래에서 전체적인 곡 설명과 교수님이 질문을 먼저 물어봐 주시기도 한다. 대부분의 곡설명은 방학때 급하게 써서 곡 퀄리티가 좋지 못하다는 변명들의 향연이다. 사실 악보만 봐도 그 학생의 처지를 연민하게 된다. 

 

전반적인 위클리 수업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러면 연주수업의 의의는 무엇일까 왜 하는 걸까?

과를 구분하지 않고 창작한 자신의 작품을 실제로 확인하는 과정은 여러가지 의미로 자신을 성장시킨다. 연주자와의 마찰은 여기서 제외하고 자신의 곡과의 성찰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사보프로그램으로 사보한 자신의 곡을 귀로 처음 접하는 경우는 사보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소리이다. 피아노 솔로곡을 제외하고 2인 이상의 편성을 했을 시, 프로그램을 찍는 행위로 스피커에서 들리는 인위적인 사운드와 직접 연주자를 섭외해서 첫 연습합주시 실제 들리는 사운드는 그려진 악보와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왜냐하면 첫 합주의 어색함도 그렇지만, 호흡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프레이징과 각 악기의 특성상 자신이 쓴 한 소절을 연주시, 내가 무호흡으로 사보프로그램을 찍는 행위와 너무나도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공부가 되는 때는 실제 무대에 올려서 피드백을 받을 때보다 연주자를 섭외 후 첫 연습합주때 더 많은 것들을 얻는다.

 

보통 연주자들은 바빠서 자신의 곡을 연습합주날에 초견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그 순간에서 나오는 불평불만을 넘겨짓지 말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한다. 정말로 좋은 예시는 그 악기의 맞게 곡이 작곡되었다는 피드백이지만 절대로 기대하지말고 겸허하게 불평 불만을 들어보자. 

 

하지만 절대로 연주자의 의해서 자신의 곡이 뜯어고쳐지는 불상사는 발생하면 안된다. 그런 것 까지 막지 못한다면, 방학때 아무생각없이 곡을 쓴것이다라는 반증이다. 곡을 작곡시 뚜렷한 동기나 배경이 있어야한다. 제목을 곡을 쓴 다음 붙여도 곡을 쓸 때에는 확고한 자기의 생각, 누가 이 곡에 대한 비판을 가해도 물러서지 않는 마지노선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다음편에 계속~